2013년 12월 31일 화요일

'야스쿠니 신사'가 젠틀맨? 믿을 수 없는 역사인식

[취재파일] '야스쿠니 신사'가 젠틀맨? 믿을 수 없는 역사인식

잊혀져 가는 역사
최종편집 : 2013-04-29 10:30
[취재파일] 야스쿠니 신사가 젠틀맨? 믿을 수 없는 역사인식 관련 이미지
<"야스쿠니 신사가 불쌍해요"..밑바닥 수준의 역사인식>

취재진이 준비한 문제는 모두 6가지 였습니다. 연일 심해지고 있는 통탄할 일본의 역사 왜곡과 관련된 아주 기본적인 질문만 몇 가지 뽑아본 겁니다. 이 6가지 문제를 들고 길거리에 나가 무작위 인터뷰를 해 봤습니다. 문답 내용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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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대문 형무소가 뭐하던 곳인지 아시나요?
- 몰라요.
- 사람들 가두던 곳 아닌가요?
-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사 가두던 곳이요. (서대문 형무소 관련 질문은 실제 서대문 형무소 근처에서 진행되다보니 그래도 정답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2. 야스쿠니 신사를 아시나요?
- '야' 뭐요? 몰라요. (가장 많이 나온 답변입니다.)
- 처음 들어보는데요.
- 세배하는 곳? 세배니까 세 번 절 하는 곳 아니에요?
- 한국 사람들이 일본 숭배하는 곳 아닌가요?
- 사람 이름 아니에요? 위인?
- 야쿠르트가 먹고 싶어요. ('야스쿠니'와 '야쿠르트'가 발음이 비슷해서 그랬답니다.)

3. 일본군 위안부를 아시나요?
- 몰라요. (가장 많이 나온 답변입니다.)
-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 막 싸우던 곳?
- 독립운동 하던 곳 아니에요?
- 막 끌려가서.. 뭐 하던덴데..

4. 안중근 의사를 아시나요?
- 도시락 폭탄 던진 분. (가장 많은 대답이었습니다.)
- 독립운동가요.
- 안창호 아니에요? (안중근 의사 사진을 보고 나온 답변입니다.)
- 고문받다 손가락 잘렸다고 알고 있어요.
- 손가락을 잘라서 다른 곳으로 보냈다고 하던데..

5. 외국인에게 독도가 한국 땅인 이유를 설명한다면?
- 옛날부터 우리 땅이었으니까요.
- 그냥 지도에 그렇게 나와 있잖아요.
- 자원이 많으니까요.
- 울릉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했잖아요.
- 고 3이라서 다 잊어버렸어요. 옛날엔 알았는데.. (수능에서 한국사 과목을 선택을 안하다보니, 공부를 안 하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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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본 의원 168명, 야스쿠니 신사 참배..사상 최대' 기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 모르겠어요. (가장 많이 나온 답변입니다.)
- 정치 기사 아니에요?
- 불쌍해요. 야스쿠니 신사가요. '신사' 아니에요? 신사, 숙녀 할 때.. 아닌가? 의사인가?
- 이런 기사 처음 보는데요.
- 일본이 도발한다는 내용 같은데, 정확히 모르겠어요.

물론 정답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건 정답보다 위와 같이 얼토당토 않은 답변이 더 많았다는 겁니다. 일부 질문은 맞힌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조작이냐고요? 아닙니다. 저희 취재진도 놀랐습니다. 그래서 취재 과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인텨뷰가 조작 아니야?"..믿기지 않지만 진실. 취재 과정은 이랬습니다.>

인터뷰는 무작위로 이뤄졌습니다. 대상은 10대 중고생, 20대 대학생, 30대 초반 직장인과 주부가 주였습니다. 그렇게 모두 82명을 인터뷰 했습니다. 인터뷰는 서울시내 모 중고등학교 5군데, 신도림, 신촌,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이뤄졌습니다. 82명 가운데 위의 6가지 질문을 모두 맞힌 사람은 5명이 채 안됐습니다.

- 가장 대답을 못 한 질문은 '야스쿠니 신사'를 묻는 질문이었는데, 정확하게 맞힌 청소년은 82명 가운데 4명에 불과했습니다.

- 야스쿠니 신사가 무엇인지 모르다 보니, '야스쿠니 신사에 日 의원 168명이 참배했다' 는 기사를 보고 느낌을 묻는 질문 역시 당연히 대답들을 못 했습니다. 아예 '모른다'고 해 버리니 더이상 인터뷰 진행이 안 되더군요.

- 그 다음으로 많이 틀린 것이 '위안부'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20명 가량은 정답을 얘기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모른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 다음은 안중근 의사에 대한 질문입니다. 82명 가운데 절반 가량은 정답을 맞혔지만, 나머지 절반은 답을 맞히지 못했습니다. 가장 많은 오답은 20명 가량이 대답한 '도시락 폭탄 던진 분' 이었고, 그 다음 많이 나온 오답은 '고문 받다가 손가락을 잃은 분' 이었습니다. 그 외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안창호'가 아니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모른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 다음이 독도 문제입니다. 82명 전원이 '독도는 우리땅'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 외국인에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엔 많은 분이 머뭇머뭇 거리더군요. 그래도 한두가지씩 근거를 대는 청소년들이 있었는가 하면, 아예 대답을 못 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았습니다.

- 마지막으로 가장 정답을 많이 알고 있던 문제는 '서대문 형무소'가 어떤 곳인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물어봤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독립투사들이 갇혔던 곳'이라고 답을 하시더군요. 그러나 여전히 10여 명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취재진도 놀랐습니다. 특히 요즘 눈 뜨면 일본의 역사왜곡 뉴스가 전파를 타고, 지면을 타고, 온라인 상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아예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청소년이 이렇게나 많을지 정말 몰랐습니다. 나중에는 제대로 답변 하는 사람을 찾아 헤맬 정도였습니다. 뉴스가 나가기 전 저희 보도국 안에서도 '어떻게 그 기본적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수 있느냐?' 는 의문을 제시하는 기자들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보도를 접한 분 들 가운데엔, '악마의 편집'을 통한 조작이 아니냐고 반문 하는 분이 나올 법도 합니다. 그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청소년 역사 지식 수준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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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방송국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역사 지식 수준'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역시 충격적입니다. 역사지식 수준이 '높음' 9.8%, '보통' 31.2%, '대체로 낮음' 45.6%, '매우 낮음' 13.4% 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니까, '대체로 낮음'과 '매우 낮음'이 60%를 넘는 거죠. 절반 넘는 학생들이 역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저희 취재진이 길거리 인터뷰를 해 본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교과서만 갖고 공부하면 역사 몰라요.".. 역사를 못 배우는 학교>

위 6가지 질문에 모두 답을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형도 줄줄이 틀리는 문제를 막힘 없이 술술 대답하더군요. 반가웠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역사를 잘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기자가 물은 질문은 너무나 기본 적인 문제들이라, 취재 초기만 해도 학생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인터뷰를 하면 할 수록 한 문제라도 맞히면 역사를 잘 아는 학생이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참 서글프죠.) 이 학생은 자신이 좀 이례적인 경우라고 답하더군요. 중학교 선생님이 역사에 관심이 많으셔서 교과서 이외의 참고자료나 영상 자료를 활용해 너무나 역사를 잘 가르쳐 주셨단 겁니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됐는데, '집중이수제'라는 제도 때문에 1년에 딱 한번 역사를 배우는데다, 입시 준비에 바쁘다 보니 학교에서 역사를 수박 겉핥기처럼 가르치는데 그치고 있어서 너무나 아쉽다고 답하더군요. 그러면서, 만약 교과서대로만 배웠다면 절대 이렇게 몰랐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이런 기본적인 문제조차 교과서로만 공부하면 배울 수 없는 것이 학교의 역사 교육이라니요. 이런 현실에 아이들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답답해요." 누구를 위한 교육제도?>

학생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지를 않으니 대답을 못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죠. 그렇다고 따로 역사를 공부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일단 역사가 수능에 필수로 들어가질 않습니다. 수능에 안 들어가는데, 역사책을 따로 두고 공부할 학생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런가 하면 아예 역사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른바 '집중이수제' 때문인데요, 현재 중고등학교에선 국, 영, 수 를 제외한 과목은 한 학기 또는 1년에 몰아서 배우도록 정부가 정책을 시행중입니다. 한국사 한 권을 한 학기에 모두 훑고 넘어가야 하니, 아이들은 공부할 맛이 날 것이며, 선생님들은 세세하게 자세한 설명을 할 시간이 있겠냐는 것이죠.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도 나가기에 급급하고, 아이들은 연도와 이름 외우다 지쳐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이 '집중이수제'가 아이들의 학업 부담을 덜어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 학생이 취재진에게 되묻더군요. 누구를 위한 제도냐고요.

<위안부 할머니의 바람 "역사가 없는 나라는 힘이 없는 나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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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총리가 '침략'을 부인하는 망언을 한 다음날, 일본 대사관에선 1071회 수요집회가 열렸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 수요집회엔 취재진이 참 많이도 몰렸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두 분이 나오셨더군요. 두 분 모두 연세가 아흔 가까이 되셔서 무척이나 힘들어 하셨지만, 그래도 집회가 끝날 때 까지 구호를 외치며 꼿꼿이 앉아 계셨습니다. 이 분들은 사과와 반성은 커녕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에 치를 떠셨습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게 느릿느릿 숨을 고르며 말씀해 주셨습니다. 21년이나 역사 왜곡을 바로 잡을 집회를 벌이고 있지만, 생 전에 일본의 사과를 못 받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후대가 이 일을 이어서 역사를 바로 잡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계셨습니다. 역사가 없는 나라는 힘이 없는 나라 아니냐면서요. 이 할머니들에게 차마 우리나라 역사 교육의 현실을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759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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